올해 9월부터 일명 주차장법이 시행되었음. 제목에는 차박금지법이라 써놨지만, 정확한 명칭은 주차장법이고 차박금지법이라는 명칭은 없음. 사람들이 하도 차박금지법이라 잘못 알고 계시길래 가급적 많은 분들이 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제목에 적어놨음.
차박금지법 = X
주차장법 = O
차박과 사생활 보호
차박은 말 그대로 차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행위임. 내 차의 내부 공간은 엄연히 법으로 보호를 받아야 할 사적인 공간임. 내 차 안에서 잠을 자든 뭘하든 절대로 아무도 터치할 수 없음. 심지어 경찰도 압수수색영장 없이는 함부로 문을 열면 안되고 열어달라고 해서도 안됨.(근데 본인이 잘못한게 없으면 열어 주자). 차는 주택이 아니기에 문을 함부로 연다고 법적으로 주거침입과 동일한 해석은 되지 않지만, 그에 준하는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음.
그렇다면 주차장에 주차만 하고 차 안에서 모든걸 해결한다면? 이른바 스텔스차박, 그것도 문제가 될까? 이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 개인의 자유(차박)에 대해 법을 일관적으로 적용하기도 힘들고 해석도 모호함. 상용차 운전자의 휴식 및 취식은? 졸음운전 방지 수면은?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은? 등등 이해상충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보니 문제가 많은 애매한 법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고 앞으로도 논란이 계속될 것 같음.
그래서 주차장 차박이 가능 불가능?
일반적인 캠핑 행위(어닝, 테이블, 의자, 취사)를 하지 않고 차 안에서 조용히 라면 끓여먹는 것은? 잠만 자는 것은? 이 모든 것도 캠핑(차박) 행위이기에 안된다, 된다 말이 많은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음. 아니 문제가 될 수가 없다고 봄. 즉, 누가 봤을 때 캠핑하는구나가 아닌 그냥 차가 주차되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 되는 것임. 누군가 신고를 해서 주차장법을 적용하려 할 때 1차적으로 차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알아야 할텐데, 여기서부터 위에 언급한 사생활침해로 인해 단속이 불가능해짐. 문열고 확인할건가? 훔쳐볼건가? 둘다 위법사항임. 근데 창문을 통해 2차적으로 사람이 차 안에서 밥을 먹고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치자, 그래도 어찌할 방도가 없음. 뭘로 벌금을 먹일 건가?? 차 안에서 밥먹은 죄? 밥이 아니라 과자라면? 주차장법의 주요 골자는 "타인에게 피해를 줘선 안된다"임. 내 차에서 남에게 피해 안주고 조용히 밥먹겠다는데 여기에 어떻게 법의 잦대를 들이댈 수 있나. 이래서 주차장법이 굉장히 불완전한 법이라는게 내 생각임.
애초에 주차장법 제정시 공간(내부, 외부)의 개념을 확실히 해두었으면 이렇게 시끄럽지도 않았을 거임. 가령 "주차장에 주차된 차 외부에서 어떠한 캠핑 행위도 금지한다. 단, 차량 내부 공간은 법의 적용을 받지 아니한다"
주차라인에 제대로 주차하고 차 안에서 잠을 자든, 밥을 해먹든 제한된 개인의 사생활에 주차장법을 적용한다는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임. 이 법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같아서 시행규칙을 어기지 않으면 주차장 차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됨. 차 안에 있는 사람이 뭘 하는지 알아내려는 자체가 인권침해, 사생활침해가 될 수 있지만, 차 밖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짐. 그래서 공간 개념이 중요하다는 것임.
공영주차장 캠핑카 입장, 주차 금지 현수막
어떤 공영주차장에는 지역 주민들이 캠핑카 주차 금지라는 현수막을 달아놓곤 하는데, 주차장 대부분이 국유지이므로 이건 아무 법적 효력이 없으며 지역 상인회, 청년회 등에서 외지인의 캠핑카 주차를 못하게 할 권리는 없음. 그동안 무개념 차박러들에게 시달렸던 주민들이 현수막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일 뿐(솔직히 이해가 간다). 만약 당신이 1~2일 차안에서만 생활하려고 차를 댔는데, 지역 주민이 캠핑카 주차를 못하게 한다면 싸우려 들지 말고 폐끼치지 않고 차 안에서만 조용히 있다 떠날거라고 좋게 말하자. 만약 그래도 차를 빼라고 우기면 차라리 경찰을 불러서 권리침해를 주장하자.
결론은 대한민국 공영주차장이면 어디든 캠핑카를 주차할 수 있음. 하지만 앞으로 알박기나 장기주차는 단속 대상임.
주차장법이 왜 생겼나
주차장법은 공영주차장에서 테이블에 의자를 놓고 불피우고 취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인데 너무 늦게 시행되었다고 봄. 요즘 주차장 캠핑족들을 보면 이미 오래전에 시행되었어야할 법임. 전국에 캠핑장이 널렸는데, 목 좋은 곳에서 놀겠다고, 혹은 캠핑장 이용료 3~5만원 아끼겠다고 주차장에서 민폐 끼쳐가며 캠핑하는 것들은 뚝배기를 깨트려야 하는게 맞는거임. 이들이 얌전히 캠핑하고 쓰레기 잘 치우고 지역주민들과 일반 주차장 이용객들에게 민폐를 끼치지만 않았어도 주차장법은 생기지 않았을 것임. 주차장 캠핑족들중 자기가 가져온 쓰레기 가져가는 사람 몇이나 될까? 누가 한 곳에 쓰레기 버리면 죄다들 거기다 버리잖아. 주차장법 관련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 모두가 캠핑족들을 욕하고 있는게 웃김.
유튜브 라이브 방송중에 포타포티 대소변을 공중화장실 변기에 버리고 세면대에서 포타포티를 세척하는 미친 유튜버도 봤음. 밤에 혹은 비오는 날 오수를 슬쩍 바닥에 흘려보내는 놈, 가뜩이나 주차공간이 부족한데 주차장 2~3칸 차지해서 텐트치는 놈, 분리수거는 커녕 음식물 쓰레기까지 다 섞어서 버리는 놈, 화장실 멀면 대충 아무데나 갈기는 놈, 담배피는 놈, 장작 사다가 불멍, 화장실 수도로 청수 채우는 놈, 전기 훔쳐 쓰는 놈, 고성방가 등등등... 지역 주민들이 얼마나 스트레스 받았을지 이해가 가고도 남음이다.
지역 주민들도 캠핑족을 마냥 거부할 수도 없는게 캠핑족들이 지역 경제에 적잖이 보탬이 되기 때문임. 서해 OO항의 큰 공영주차장은 항상 캠핑족들로 바글바글했는데, 주차장법 이후 캠핑족들 발길이 끊기자 지역상인회의 거센 항의에 아예 "캠핑가능"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음. 혹자는 돈없는 것들이 펜션 안가고 캠핑한다고 하지만, 의외로 캠핑족들의 구매력은 높은 편임. 회도 떠가고 음식과 물건을 많이 구매하다보니 지역 주민들로서는 계륵일 수밖에...
서로 상생하는 방법은 없나
1~2박 캠핑을 하면 필연적으로 쓰레기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음. 서구권은 자연을 즐기러, 한국인은 먹으러 캠핑 간다는 말이 있듯 음식물 쓰레기의 양도 많음. 이걸 집으로 가져가는게 맞는거지만, 사실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게 현실. 현수막이나 계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님. 한국인은 원래 읽는 것을 싫어함. 물건 샀을 때 매뉴얼 안보는건 국룰임. 그래서 현수막, 안내문 따위는 관심 없음. 돌아다니며 안내문을 돌릴 수 없다면 주차장 입구에서 한장씩 준다거나, 한장씩 빼야 열리는 차단봉 같은걸 설치한다면 어떨까... 운전자가 빼고 동승자가 읽고 알려주고... 변화의 시작은 그런 사소한 것에서 부터임.
암튼 캠핑족들이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이 엄청난데, 가져온 것들도 있겠지만, 그보다 지역에서 구매한 것들의 양도 상당하므로 지역 경제게 보탬이 된다는 말. 캠핑족들의 발길이 끊기면 아쉬운건 지역 상인들임. 캠핑은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되니깐.
뉴스에 보도되는 주차장 캠핑족들의 가장 큰 문제는 예전부터 쓰레기 문제였음. 쓰레기 배출 장소가 아닌 곳에 쌓여 있는 쓰레기를 누가 치우나? 캠핑족들이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의 골치거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음. 이 문제는 지역 상인회, 청년회 등에서 쓰레기를 분리하여 배출할 수 있도록 지자체 지원을 받아 장소를 만들어주고 캠핑족들의 구매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모아 쓰레기 수거 비용으로 사용한다면 어떨까.
아니면 지자체가 아예 공동상점을 만들어 지역 주민들에게 운영 권한을 주고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가져가고 남은 수익의 일부는 주민에게, 나머지 수익은 상점운영, 물건매입, 쓰레기수거 비용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은 어떨까 싶다. 어차피 피하지 못할거면 그냥 받아들이고 분쟁보다는 소소한 수익모델로 활용을 하자는 이야기임. 갯벌에 나가 힘들게 일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지 않을까.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나라에서 지어준 지역 공영주차장 놀릴 바에는 수익모델로서 활용하는 방안이 더 좋지 않나 생각됨.
이게 실현되려면 캠핑족들은 매너를 지켜야 하는데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임. 지역 주민들이 뭔 죄일까? 자기들은 그냥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외지인들이 몰려와 개판쳐서 생기는 문제 아닌가. 애초에 페트병 찌그러트리고 가스 구멍내고 플라스틱, 종이, 금속 절처히 분리수거하여 버리고 고성방가에 몰상식한 짓 하지 않고 조용히 캠핑하다 가면 될 일이었음.
난 차에서 잠을 해결할 수밖에 없는 취미가 있어서 다양한 캠핑족들을 봤는데, 아무데나 소변 갈기고 술냄새 풍겨가며 개판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의외로 매너있게 캠핑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았음. 불과 80년대만 해도 버스 안에서 흡연을 했고 전철에서는 개찰구 보다 담을 넘는 사람이 많았음. 지금 그러는 사람이 없듯 문화의 성숙은 어려운게 아님. 지속적으로 변화를 유도하고 하나 둘 스스로가 실천한다면 그래왔듯 작금의 캠핑 문제점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질거라 생각됨. 어둡고 구석진 곳에서 어김없이 나는 지린내, 캠핑카를 혐오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사라지는 날이 오길 기대하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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