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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내가 금속탐지 정보공유 블로그를 개설한 이유

by 디텍트 2019. 12. 19.

 

 

문득 초보때가 떠오른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AT-PRO랑 허접떼기 스쿱을 들고 모 유명 해변으로 무작정 떠났다.

물때가 뭔지도 몰랐지만, 운 좋게도 간조때 였던걸로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해변에 도착했는데, 몇 사람이 이미 탐지 중이었다. 

 

분명 카페 회원이겠거니... 반가운 마음에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넸지만, 그분은 잠시 내 탐지기와 스쿱을 보고는 "네~"하고 자기 할 일만 했다. 나한테 마가 끼었는지 세명 모두 차갑게 나를 대했다. 보통 같은 탐지인을 우연히 만나면 뻘에 스쿱 박고 잠깐 담소를 나누는 것이 탐지인끼리의 인사라 생각했었다. 기분이 상했지만, 인사를 받건 안 받건 그건 그 사람 마음이니 그러려니 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정말 탐지할 기분이 나질 않아서 1시간 정도 하는둥 마는둥 하다가 철수했던 슬픈 기억이 난다.

 

해변 탐지를 하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11년도부터 시작한 1세대 탐지인부터 2세대, 3세대까지 두루두루... 좋은 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개중엔 욕심이 하늘을 찌르는 사람, 초보에게 거짓 정보를 알려주는 사람, 초보 무시하는 사람, 자신의 구역으로 오지 말라고 쓰레기만 나온다고 구라 치는 사람, 남이 금을 줏으면 시기 질투하는 사람, 다른 탐지인을 견제하는 사람, 남들 엿 먹으라고 바다에 동와셔를 뿌리는 사람 등등 좁디좁은 금속탐지의 세계에서도 온갖 인간 군상들을 만나본 것 같다.

 

몇 년 전에는 대천을 갔는데, 굵은 팔찌의 조각들이 계속해서 나왔다. 나는 그때 너무나 순진한 생각을 했는데, 남녀가 싸우다가 화가나서 팔찌를 끊어 바다에 버린걸로... 그래서 열심히 줏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조각들은 가짜 팔찌의 조각이었고 원래의 팔찌를 줏었던 탐지인이 짝퉁을 줏어 홧김에 바다에 뿌렸을 확률이 99%다. 내가 짝퉁을 줏어서 열받으니 다른 놈들 엿이나 먹이자 하고 뿌렸겠지. 

 

금속탐지인들 사이에서 어떤 경로든 해변 상황을 빠르게 접하는 정보력을 '안테나'라고 한다. 어떤 사람의 안테나가 빵빵하다는 것은 여러 경로로 해변정보를 입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뜻이다. 보통은 친한 사람들끼리만 정보를 공유하고 포인트를 발견하면 팀이 들어가서 탐지를 한다. 2~3일 후 "어디가 까였다더라"하는 소문이 돌고 그 소문을 듣고 출발하면 이미 늦었다. 하여 막 입문한 초보라면 고수들과 자주 밥도 같이 먹고 친해져서 귀동냥, 현장동탐을 통해 익혀야만 그나마 해변에서 금을 볼 수 있다. 안테나가 부실하면 솔직히 요즘 해변(서해)에서 득금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이 블로그에 미세음에 관한 포스팅이 몇개 있긴하지만, 솔직히 미세고 나발이고 정보가 가장 중요하다. 허리 망가져가며 미세음판다고 스쿱질하느니, 정보를 얻어서 2~3스쿱만에 금을 꺼내는 편이 효율적인 것이다.

 

몇 년 전, 모 카페에서 오픈마인드를 가진 어떤 회원이 초보들을 위해 고급정보를 공유했다가 난리가 난 적이 있다고 한다. 난리가 난 이유는 왜 고급 정보를 함부로 오픈하냐는 것. 초보는 계단 오르듯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한다는데, 솔직히 까놓고 밥그릇 지키려는 거 아닌가? 자기들만 빼먹어야 하는데, 고급 정보를 접한 초보들이 서너 계단 뛰어서 자기들이 먹어야 할 금을 먹지는 않을까라고 밖에 해석이 안된다. 카페를 개설하고 밴드를 개설하는 이유가 금속탐지에 대한 팁과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함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정보다운 정보는 하나도 없다. 정보를 공유하면 글을 내리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쪽지가 온다. 필자로서는 정말 이해가 되질 않았다. 평생 금속탐지를 할 것도 아니고 금속탐지로 벌어먹고 살건가? 물론 업으로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대체 탐지가 뭐라고 그리도 대단한 것인 양 이기심에 절어들 있는지... 어차피 쇳복인 거 고수, 초보 다 같이 재미나게 즐기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필자도 필드에서 만난 고수분들에게 조심스레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물론 탐지할 시간도 없는데,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정보를 오픈할 사람은 없기에 이 부분은 이해하는 바이다. 하지만 그 후로도 여러 번 마주치고 두어번 밥도 같이 먹는 사이임에도 자신의 보따리는 절대로 풀지 않더라. 필자는 소위 말하는 '사수'도 없었고 '안테나'라는 것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고수들만큼 득금은 못하지만, 탐지하는 자체가 즐거워서 꾸준히 다니고 있고 옛날에 주파수를 다뤘던 경험때문에 기계적 특성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는 편이다.

 

금속탐지 취미가 '취미'를 넘어 돈벌이 수단이 되고 생계형 탐지꾼들이 늘어나면서 이기심에 점철되어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무엇이든 돈이 연관되면 이타심은 저 멀리 가버린다. 필자가 블로그를 개설한 이유는 진지하게 금속탐지 취미에 입문하여 탐지를 즐기면서 연구하고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과 초보들을 위함이다. 어차피 필자의 블로그 글들은 호기심에 스쳐가는 입문자들이 백번 읽어봐야 와 닿지 않는다. 직접 부딪히고 겪어봐야 "아! 그게 이거구나!" 하는 것이지...

 

삭제해서 지금은 없지만, 서너명 정도가 필자의 블로그 방명록에 이런 거 오픈하지 말라는 글을 썼었다. 역시나 익명이고 명분은 모두가 초보는 초보답게 배우면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여 삭제하면서 그렇게까지 밥그릇에 연연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참고로 필자의 블로그 글들은 어디까지나 스스로 연구하여 터득한 것들을 포스팅한 것이기 때문에 100% 정답은 아니다. 왜냐면 필드는 언제나 변수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대고수들이 보면 코웃음 칠만한 글일 수도 있다. 그들의 노하우는 나와는 또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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